• [아름다운사회] 춘화추실(春華秋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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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강판권교수
  • 18.04.02 09:3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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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화추실(春華秋實) 


화신(花信), 즉 ‘꽃소식’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봄을 알리는 메시지다. 모든 식물이 봄에 꽃을 피우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나무들은 봄에 꽃을 피운다. 봄에 만나는 꽃 중에는 잎보다 먼저 피는 경우가 많다.


꽃이 잎보다 먼저 피는 나무 중에는 매화, 살구나무, 복사나무, 배나무, 자두나무, 사과나무, 벚나무, 수양버들, 능수버들, 조팝나무, 명자나무 등을 들 수 있다.


나무들이 꽃을 피우는 것은 한 해를 시작하겠다는 뜻을 세상에 드러내는 모습이다.


그래서 사람들도 나무들이 피우는 꽃을 보면서 한 해를 시작한다. 시작한다는 의미의 ‘시(始)’는 농부가 농기구를 준비하거나 여자가 임신한 것을 본뜬 갑골문자다. 꽃이 핀다는 것은 그동안 준비한 결과를 의미한다. 준비하지 않은 채 시작하면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어떤 사업도 충분한 준비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꽃을 먼저 피운 나무들은 꽃이 지면 잎을 만든다. 잎은 꽃이 진 자리에 생기는 열매를 보호하거나 영양분을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나무는 광합성 작용을 통해서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뭇잎은 또 하나의 시작을 의미한다.


나무는 각자의 조건에 맞게 잎을 만든다. 잎의 모양을 보면 나무가 어떻게 시작하는지를 알 수 있다.


나뭇잎은 밖으로 드러나는 형식이지만 형식에는 내용이 담겨 있다. 나뭇잎의 모양에는 나무의 전략이 숨어 있다. 장미과의 매화와 살구나무는 꽃과 열매가 아주 비슷할 뿐 아니라 잎조차 유사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살구나무의 잎은 매화보다 약간 넓고 크다. 잎이 크다는 것은 열매를 키울 수 있는 힘이 많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살구나무의 열매는 매화의 매실보다 약간 크다.


나무는 자신의 모습대로 열매를 만든다. 나무의 열매 모양을 보면 나무의 존재를 이해할 수 있다. 나무의 열매는 대부분 둥글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떨어져서 땅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굴러야 하기 때문이다.


열매는 꽃과 잎 다음에라야 얻을 수 있다. 열매는 어떤 경우에도 꽃과 잎, 잎과 꽃의 순서를 거치지 않고서는 맺을 수 없다. 그래서 열매를 맺는다는 것은 과정이 충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꽃에서 열매까지의 기간은 나무의 시정에 따라 다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성실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봄에 꽃이 피고, 가을에 열매를 맺는다는 ‘춘화추실’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성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뜻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봄에 꽃피고 가을에 열매를 맺는 것을 당연한 이치로 생각한다.


춘화추실은 식물의 자연스러운 모습이지만 자연스러운 모습 이면에는 치열한 과정이 숨어 있다.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존재의 삶은 언제나 자연스럽다. 그러나 어떤 분야든 최고의 경지에 이르기까지는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꽃을 본다는 것은 아주 흔한 일지만 그 흔한 일이 일어나기까지는 엄청난 고통이 숨어 있다. 잎을 본다는 것은 아주 즐거운 일이지만 즐거움을 만끽하기까지는 상상할 수 없는 고독이 필요하다.


열매를 먹는다는 것은 건강에 좋지만 영양을 보충하기까지는 원활한 소화가 절실하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과정은 걸핏 쉬워 보이지만 세상에 쉬운 일은 결코 없다. 다만 일을 쉽게 만드는 능력을 가진 자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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