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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축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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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운영자
  • 17.01.11 10:3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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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1679

우리는 축제 중


20대 초반 서울 국립재활원에서 자립생활 훈련을 위해 생활관에 입소했을 때 영화 감상프로그램을 통해 임권택 감독의 ‘축제’를 감상했습니다.


치매에 걸린 노모의 죽음으로 시골마을 초상집에서 전통 장례를 치르며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는 영화입니다.


지금은 전문적으로 장례를 치르는 장소에서 간소하게 진행되지만 당시 시대 속에 제례절차는 복잡하고 예의와 범절을 갖춰 진행돼 왔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부조금이나 일손을 돕기도 하고 죽이나 계란 등 음식을 가져와 나눠 먹기도 했습니다.


연로하신 어머님의 죽음이라는 비극의 현장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문상객들의 행태는 희로애락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다양한 군상들은 음식과 술을 먹고 윷놀이와 화투를 즐기며 떠들며 웃기도 하고 싸우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장례식이 단순히 죽은 사람을 묻기 전후 행해지는 의식 절차를 넘어 산자들의 인간에 대한 연민과 효와 사랑, 인생살이의 슬픔과 회한 그리고 아이러니 하게도 축제처럼 기쁨과 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물질과 문명이 발달된 현대에 사람들은 각 지자체마다 작게는 마을마다 다양한 축제들이 넘쳐나고 개인별로도 각종 사교모임을 통해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지금 장애계 현장에서 이뤄지는 당사자들의 처절한 몸부림들이 어쩌면 축제의 현장이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박근혜,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에 온 국민의 분노가 전국 곳곳의 광장으로 모여 시민들의 촛불문화제로 승화된 것처럼, 장애인들은 박근혜 정부의 복지테러에 맞서 2017년 장애예산 확보를 위한 수개월간의 투쟁이 제대로 축제를 즐기기 위한 우리만의 방식이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야만적인 장애인복지 현실에 맞서 싸우기 위해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 천막을 치고 4개월간 천막을 사수하며 밤을 지새우고, 두 분의 리더가 정부예산 기일까지 단식농성을 하며 투쟁해왔습니다. 국회의사당 앞에서 목청껏 장애예산 확대를 위해 부르짖으며 성토의 장을 열었습니다.


이렇게까지 투쟁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가로서 여러 지표가 하위권에 속해 있는데, 특히 장애인예산은 멕시코, 터키와 함께 꼴찌를 다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OECD평균인 2.19%에 1/4도 채 되지 않는 0.49%로 1조 9000억 정도의 예산이 장애인복지에 사용됩니다.


이렇게 갈 길이 먼데도 불구하고 더디 가기는커녕 장애예산 전반에 걸쳐 축소나 삭감 등으로 장애인들의 숨통을 조여 오고 있습니다. 소득보장을 위한 국민기초생활 수급자에게 지급되는 장애수당 예산과 대상자가 대폭 축소됐고, 소득수준이 낮은 장애인에게 의료비지원 사업도 삭감됐습니다.


그래서 의료기관에서는 저소득 장애인 환자의 진료를 기피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여성장애인 관련 어울림센터 사업도 내년도 예산증액을 약속했지만 축소된 예산안을 내놓았습니다.


중증장애인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인적 공공서비스인 활동지원 예산도 수가를 동결했습니다. 세계적 추세인 탈시설 자립생활 정책에 반하게 시설예산 180억을 증액하고 11년간 동결된 자립생활센터의 예산은 2억 6000만 원을 삭감했습니다.


올해 기나긴 힘든 투쟁의 결과 만족할 만한 성과는 아니지만 작게라도 예산 반영이 이뤄졌습니다.


언젠가 장애인 당사자가 정부 주요요직에 그리고 정계나 학계, 지역 곳곳에서도 주류나 주체로서 당당히 자기주장을 펼칠 위치에 선다면 더 멋진 축제의 현장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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