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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약의 미덕

    운영자 조회수: 1,471 등록일: 16.10.31 공유 링크복사

    절약의 미덕


    “저희 업소에서는 남은 음식을 재사용하지 않습니다!”


    요즘 식당에 가면 입구 계산대의 뒷벽에 이렇게 써놓은 글귀를 볼 수 있다.


    다른 손님이 먹던 음식을 다시 상에 올리지 않으니 마음 놓고 식사를 하라는 뜻이겠다. 내가 먹는 음식이 누군가 손을 댔던 것이라는 것을 안다면 누구든지 기분이 유쾌할 수 없는 일이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반찬 재사용 고발 프로그램이 방영됐는데, 그 때부터 식당을 찾는 손님들의 눈초리가 매서워진 것으로 안다. 보건 당국에서도 음식물을 재사용하면 벌금을 물리는 등 단속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 식당에서는 종업원들이 식탁을 치울 때 마치 손님더러 보란 듯이 남은 반찬을 한 그릇에 쓸어 담는 것을 볼 수 있다. “과연 이 가게는 음식물 재사용을 하지 않는구나!”하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것 같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너무 심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먹다 남은 음식이야 그런다 치더라도 젓가락이 전혀 안 간 반찬까지 몽땅 버려야 한단 말인가?


    특히 한식집은 반찬 가짓수가 많지 않은가. 밥 한 공기에 스물 몇 가지가 넘는 반찬을 일일이 맛볼 수는 없다. 손대지 않은 반찬들까지 고스란히 쓰레기로 내보낸다면, 이게 과연 우리가 박수를 쳐야 할 일인가? 이것은 과잉친절이자 지나친 자원낭비가 아닐까?


    나는 음식점에서 ‘주문식단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일본과 같은 경우에는 반찬별로 가격이 매겨져 있어 손님들이 골라서 주문하게 돼 있다. 우리나라도 일부 운영하는 곳이 있다는데, 최소한의 기본반찬만 제공하고, 나머지는 손님들이 먹고 싶은 것을 고르도록 한다.


    그렇게 하면 손님들이 자기가 주문한 것만큼은 다 먹으려고 할 것이므로, 음식물이 버려지는 양이 훨씬 줄어들 것이 아닌가? 아마 과거에도 그러한 소비절약 바람이 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음식점들이 서로 손님 끌기 경쟁을 하다 보니 흐지부지 돼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언젠가 지인으로부터 이런 분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분은 식당에서 반찬이 떨어져도 더 달라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개 반찬이 모자라면 “아주머니! 여기 김치 좀 더 주세요!”라고 말하는데, 그분은 그런 요구를 하는 대신 남아 있는 다른 반찬을 먹는다는 것이다.


    물론 식탁에 반찬이 하나도 없으면 더 달라고 해야겠지만, 일단 다른 반찬이 남아 있는 경우에는 특정 반찬을 더 시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분이 참 훌륭하다고 생각됐다. 그렇게 해서라도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자원낭비를 막으려는 뜻이 아니겠는가.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반성을 많이 했다.


    실은 나도 식당에서 “여기 깍두기 좀 더 갖다 줘요!”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앞으로는 되도록 그런 말을 하지 않고 나머지 반찬을 비우도록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옛날에는 우리나라 형편이 어려웠기 때문에 먹는 것도 많이 아꼈다. 


    어른들은 “먹는 음식을 함부로 버리면 벌을 받는다”고 곧잘 말했다. 음식을 귀하게 여기라는 말인데, 다들 농사를 짓는 처지라 반찬 한 가지라도 그것이 밥상에 오르기까지는 숱한 사람들의 피땀이 배어 있음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요즘 형편이 아무리 좋아졌다지만 절약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학교 급식소에서 어린 학생들의 모습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정성들여 깎은 사과나 양념 바른 고등어조림, 생선구이 따위가 통째로 잔반통에 버려진다. 


    “왜 안 먹었지?” 물어보면  


    “먹기 싫어요!” “안 좋아해요!”와 같은 답변이다.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마구 버리는 것을 보면 기가 막히고 때로는 열이 오른다. 


    음식을 버리는 것은 돈만 낭비되는 것이 아니라 환경까지 해친다. 잘못된 식생활문화와 낭비풍조는 개인의 가계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와 지구환경까지 위협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좋겠다.